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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의 앵무새/줄리언 반스 저자가 작품 속에 부재해야 한다는 플로베르의 주장은 아주 철저하다. 몇몇의 작가들은 외관상 이 원리에 동의하고 있지만, 그들은 뒷문으로 슬그머니 들어와 대단히 개인적인 문체로 독자를 곤봉으로 두들겨 패듯 때려눕힌다. 이러한 살인은 완벽하게 수행되나 범죄 현장에 남은 야구 방망이에는 지문이 강하게 남아 있다. 플로베르는 달랐다. 그는 문체를 믿었다. 어느 누구보다 그랬다. 그는 아름다움과 음향과 정황학, 그리고 완벽함을 달성하려고 끈질기게 노력했다. 그러나 와일드와 같은 작가들이 취한 도안식 완벽함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문체는 주제가 끌고 온다. 문체가 주제에 얹히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서 발생한다. 문체는 사고의 정확한 반영이다. 정확한 단어, 분명한 어구, 완전한 문장은 항상 어딘가에 있다. 작.. 더보기
한국전쟁의 기원/브루스 커밍스 해방이 된 지 몇 주 내에 한국에는 정치적 질서를 위한 전제조건 자체가 없었음이 드러났다. 정치적 엘리트들 사이에는 소유의 방식 및 기초자원의 분배, 적절한 사회형태, 생활기회의 배분 및 정치적 분규를 다루는 기본 법규 등의 기본적 문제에 관하여 엄청난 견해 차이가 있었다. 이로부터 수개월 사이에 이 문제들―실제로는 전후 한국의 적절한 지배형태 자체에 관한 분규―이 진전됨에 따라서, 한국은 정치적 문제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 양분되고 말았다. 정치는 곧 가두의 싸움으로 전개되었다. 밀즈가 정치권력이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머리를 갈기는 것이라고 언급한 그런 최후 대결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1945년의 한국민주당은 지지기반의 구성 및 확대에 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사회적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