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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ARK/literature

불릿파크/존 치버

희생의 대상을 바라보면서 해머는 자기의 고발장에서 검사의 최초 진술에 들어갈 성마르고 상투적인 문구들을 모두 걸러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네일즈가 스팽이라는 상품을 취급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형편 무인지경인 TV 광고를 듣기도 했었다. (당신의 옷이 부끄럽다면, 그 옷을 바꾸려 하지 않을까요? 당신의 집에 부끄럽다면, 그 집을 고치려 하지 않을까요? 당신의 차가 부끄럽다면, 그 차를 반환하려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어째서 당신은 숨결을 부끄러워하지 않나요? 스팽이 당신에게 매혹적인 숨결을 여섯 시간씩 제공해줄 수 있는데도……) 그런 소리를 늘어놓는 것이 해머에게는 유치한 짓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지난 이십오 년 동안의 국가적인 추세였고 더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아 보였다. 그는 변화와 새로움을 원했지만 자기의 바람이 성숙되는 것도 원했다. 네일즈가 자기 호주머니에서 꺼내 든 황금 라이터를 몹시 아낀다고 해서 그를 왜 경멸해야 했을까? 경제가 노골적으로 자본주의적인데, 어린아이가 아닌 한 자본주의에서 가장 큰 힘을 지닌 것이 황금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을 사람이 누구였을까? 해머가 보기에는 밍크코트를 꿈꾸는 여자가 천국을 꿈꾸는 여자보다는 더 건전한 양식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의 본성은 겁이 많고 기묘한데다 인간의 환경은 혼돈이었다. 그랬으므로, 네일즈 부부가 종교의 계울에 따르는 것을 위선이라고 하는 것은 그가 생각하기엔 잘못된 것 같았다. 그의 짐작으로는 그들이 흐르멍덩하고 어쩌면 감상적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불릿파크에서는 불가사의한 일을 고백할 수 있는 곳이 그리스도 교회 한 곳뿐이었던데다 네일즈 부부의 삶에도 불가사의한 일(넬리의 허벅지와 아들에 대한 그의 사랑)이 많았던 만큼, 그가 한 주일에 한 번씩 무릎을 꿇는 것에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