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119죠? 담당자는 친절하게, 어디십니까?라고 물어왔다. 아, 여기는 종로인데요. 그러자 담당자는 금세, 아, 금정빌딩이죠?라며 내가 근무하는 빌딩의 이름을 이야기해왔다. 그들은 내 머리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사고가 난 곳은 여기가 아니라 삼동아파트라고 말해주었다. 담당자는 의아해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친절하게 물어왔다. 무슨 사고입니까?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끼여 있었어요. 그게 언제입니까? 담당자의 목소리엔 이제 완연하게 의심과 짜증이 드러났다. 오늘 아침 일곱시 오십분쯤인데요. 담당자는, 이거 보세요, 저희 바쁜 사람들입니다. 농담할 시간 없단 말입니다. 나는 황급히 변명을 해야만 했다. 아, 그러니까 아침에 그 사고를 보자마자 신고하려고 했는데요. 사람들이 핸드폰을 빌려주지도 않았고 아파트 경비는 없고 게다가 제가 탄 버스가 사고가 났거든요. 회사에 오자마자 회사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난 데다가 중요한 회의가 있었고 그게 이제야 끝나서 이렇게 된 겁니다. 그 사고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좀 알려주세요. 담당자는 그런 일은 여기 소관이 아니라면서 관할 소방서에 전화해보라고 했다. 나는, 혹시 모르니까 지금이라도 구조대를 삼동아파트에 보내줄 수는 없겠느냐, 주민들이 다들 맞벌이 아니면 독신 직장인들이라 어쩌면 나처럼 아무도 지금까지 신고를 안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보았지만 담당자는 대꾸하지 않고 그냥,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도대체 뭐가 감사하다는 거지. 나는 화가 났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었다.
아, 그래서 지금도 나는 궁금하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