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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ARK/literature

비상구 / 김영하

이럴 줄 알았으면 그애 배꼽 화살표 끝에다가 EXIT라고 새겨줄걸, 내 이름도 박아주고 말이다. 너무 늦었다. 나는 창문을 터넘어 옆집 지붕 위로 뛰어내린다. 그리곤 앞만 보고 달렸다. 발 밑으로 기왓장 부서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두두두둑. 형사들은 열심히 쫓아오고 있다. 야이 씨팔새끼들아, 내가 니네 형 죽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죽어라고 쫓아와? 좆같은 새끼들아. 그렇게 속으로 욕을 해대면서도 내 발은 계속 지붕에서 지붕으로 넘어다녔다. 다행히 터넘을 지붕은 얼마든지 있었다. 니미 씨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