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그렇게 대답했던 치폴라의 말투를 나는 잊을 수 없다. "앙케 세 논 부올레!(Anche se non vuole!:당신이 원하지 않는데도)"하는 그 소름끼치는 말투는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그러고는 말하자면 싸움이 시작되었다. 치폴라는 꼬냑을 한 잔 비우고 새로 담배를 한 대 피운 다음 로마 청년을 무대 가운데쯤에 세워놓고 출입문 쪽으로 얼굴을 돌리게 하고는 그의 뒤쪽에 조금 떨어져서 자리를 잡더니 채찍을 휘두르며 "춤춰!"하고 명령을 내렸다. 그렇지만 상대방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기사는 다시 "춤춰!"하고 단호하게 명령하면서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자 청년이 옷깃에 감싸인 목을 뒤로 젖히는 동시에 한쪽 손을 손목이 삔 것처럼 발딱 세우면서 한쪽 발꿈치는 바깥쪽으로 젖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경련이라도 일으킬 듯한 그 동작은 때로는 격렬해졌다가 또 때로는 잠잠해지기를 뒤풀이하면서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하지만 영웅적인 꿋꿋함으로 단호하게 맞서보겠다고 미리 다짐해 두었던 결심도 이러다가 결국 제압당하고 말 것이 뻔했다. 그래도 이 용감한 청년은 인류의 명예를 구하겠다고, 비록 경련은 일으킬지언정 춤은 추지 않았다. 이 실험이 이런 상태로 질질 끌었기 때문에 치폴라는 일단 주의력을 분산시켜야만 했다. 그는 무대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한쪽에서 몸을 흔들며 춤추는 청년들을 돌아보면서 그들을 향해 채찍을 휘둘러 훈련을 시켰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관객들에게는, 정작 춤을 추는 쪽은 청년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이 분방한 청년들이 아무리 오랫동안 춤을 춰도 나중에 전혀 피곤하지 않을 거사고 깨우쳐주기를 잊지 않았다. 그러고는 다시 로마 청년의 등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그의 통치권에 대항하는 이 꿋꿋한 의지의 청년을 공략하곤 했다.
치폴라가 공격을 거듭하면서 집요하게 명령을 내리자 그 꿌꿋한 의지의 청년도 눈에 띄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과연 청년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가를 냉정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관객들의 태도에는 청년에게 동조하는 감정도 섞여 있었고, 안타까움과 으스스한 만족감도 없지 않았다. 내가 사태의 추이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이 청년은 불리한 입장에서 싸우고 있었다. 모르긴 해도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부정하면서까지 영혼의 삶을 영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삶의 내용을 상실하는 결과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전혀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한테 가해지는 요구를 행한다는 것, 그 양자는 이 경우에 아마도 너무 밀착해 있어서 자유의 이념은 양자 사이에 끼여서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기사가 채찍을 휘두르고 명령을 내리고 하는 사이사이에 교묘하게 끼워넣는 말들도 바로 그런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다. 그는 자기만 아는 최면술에다 상대방을 헛갈리게 만드는 심리전까지 가미하고 있었다. "춤을 추라고!"그가 말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괴롭힐 필요가 있나?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을 자유라고 생각하나? 살짝 춤을 춰보게나! 그리고 보니 온통 팔다리가 근질거리고 있군 그래. 이제 제발 팔다리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면 오죽 좋을까! 그렇지, 벌써 춤을 추는군! 이건 싸움이 아니라 즐기는 거라구!" 정말 그렇게 되었다. 저항하는 청년의 몸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청년은 팔과 무릎을 쳐들었고, 삽시간에 온몸의 관절이 모두 풀어졌다. 청년은 팔다리를 쭉쭉 뻗으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사는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청년을 무대 앞으로 인도하여, 다른 꼭두각시들과 함께 어울리도록 했다. 이제 패자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얼굴은 무대 위에서 모두에게 공개되었다. 그는 입이 벌어지게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치폴라의 말대로 그는 즐기고 있었다. 버티던 때보다는 확실히 지금 상태가 더 좋아 보여서 그나마 일말의 위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