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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ARK/literature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슬레이트 지붕에서 찌는 듯 더운 열기가 곧장 내려와 관자놀이를 죄는 것 같아 숨이 막혔다. 그녀가 꽉 닫힌 지붕 및 채광장까지 간신히 가서 빗장을 뽑자 눈부신 빛이 대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맞은 편 지붕들 너머로 들판이 눈길 닿지 않는 저 멀리에까지 펼쳐져 있었다. 그녀의 발밑 저 아래는 인적 없는 마을 광장이었다. 보도의 조약돌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집집마다 바람개비는 미동도 앉고 멈춰 있었다. 길모퉁이의 아래층에서 째지는 듯 날카로운 음향으로 뭔가 부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네가 녹로를 돌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 는 다락방 창가에 몸을 기대고 분노의 냉소를 띠면서 편지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읽었다. 그러나 거기에 정신을 집중하면 할 수록 머릿속이 혼란해졌다. 그의 모습이 눈에 선했고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두 팔로 그를 끌어앉았다. 그러자 거대한 망치로 쾅쾅 치듯 가슴을 두드리는 심장의 고딩이 불규칙적이 되면서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땅이 무너져버렸으면 하는 심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끝장을 내버리지 못하고 있는 거지? 대체 누가 말리기에? 그녀의 자유가 아닌가. 그녀는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발밑의 포석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말했다.

"어서! 어서!"

밑에 서부터 곧장 올라오는 광선이 그녀의 몸무게를 깊은 구렁 속으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광장의 지면이 일렁거리면서 벽을 따라 솟구쳐 올라오는 것 같았고 마루가 아래 위로 흔들리는 배처럼 한쪽 끝으로 기울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거의 공중에 뜬 것처럼 광막한 공간에 들러싸인 채 벼랑 끝에 서 있었다. 하늘의 푸른빛이 그녀의 몸속으로 밀려들었고 바람이 그녀의 텅 빈 머릿속을 휘돌았다. 이제 저항하지 말고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부르릉거리는 녹로 소리는 그녀를 불러내는 성난 목소리처럼 그치지않고 계속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