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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cinema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

2001년 데이빗 린치 작
 지금 내가 쓰는 글은 모두 가벼운 순환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헛소리란 말이다.
  전자의 이야기는 아주 아름다웠기에, 또 지나치게 헐리웃적이기에 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범죄 없는 도시 헐리우드에서는 넋 놓고 헤헤 거려도 가방 훔쳐가는 이 하나 없고 친척은 좋은 집을 거저 빌려주며 웬 예쁜 여자가 기억까지 잃어서 나에게만 의지하고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건 나오미 왓츠 역할을 남자로 바꿔보자. 소름 끼치게 헐리웃 느와르적이라 재미가 없다. 뜬금없는 말 같지만, 프렌즈에서 조이가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샤이닝은 모두 완벽했지만 바로 그게(레즈 판타지) 부족했어." 맞다. 느와르는 그게 부족했다. 남자들 영환데, 레즈 판타지가 없다니. 가오잡는 남자가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며 신비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보단(가오잡는 남자가 너무 잘생기고 키도 크고 목소리도 좋아서 상상할 거리를 안 준다. 그 영화를 보는 남자는 안 그렇거든.) 탱글탱글 예쁜 여인네들끼리 지지고 볶는 게 더 신비롭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게다가 섹스신이 너무 예쁘게 나왔다. 흠, 이건 영화일 수밖에 없다. 너무 영화적이야. 그러니 꿈일 수밖에. 오 감독님, 우리들의 판타지가 깨지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저 어여쁜 여인네들이 계속 사랑하게 해주시옵소서. 그러자 카우보이가 나타나서 감독에게 말했다. 아담 너 이 새끼, 반항하지 말고 카밀라를 주연 여배우로 쓰거라. 그럼 날 한 번만 보게 될 것이다. 이브를 빼앗긴 꿈 속의 아담은 외톨이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는 카우보이의 말대로 했다. 휴, 다행이다. 감독님께서 우리 소원을 들어주셨어. 그런데 갑자기 이 비밀스럽고 고혹적인 분위기의 완벽한 느와르적 여인상인 리타가 사고를 쳤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만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고통, 질병, 그리고 현실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상자를 덮어줄 사람이 없어서 희망조차 빠져나오고 말았다. 오 리타, 네가 이럴 줄이야. 아름다운 여체가 사라지자 관객은(남자는?)절망했다. 판타지가 깨져버렸다. 그리고 카우보이는 다이안을 깨우기 시작한다. 희망도 없이, 판타지도 없는 현실 속으로. 
 후자의 이야기에선 선의를 베푸는 사람이 사라지고, 헐리웃의 화려한 허상도 사라졌으며, 에밀라의 희망도 없어진다. 레즈 판타지가 너무 노골적이게 되니 그냥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민망함이 솟구친다. 그러자 아담께선 다시 이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아담이 이브를 되찾아 키스를 하며 '이제 조명을 끄라'고 말하자, 영화는 정말 그렇게 해준다. 이건 마치 전자의 이야기에서 쭈구리를 담당했던 아담의 꿈 속에 들어온 것 같다. 좆같은 현실인지 쭈구리 감독의 신세한탄인지 어쩄거나 이 공간에서 다이안은 더 이상 행복해질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스스로 다시 암흑의 세계로 돌아간다. 이번엔 어디로 이어진 통로 밖으로 빠져나오게 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판도라의 상자를 숨기는 괴물을 보니 지금의 고통 이상으로 절망적일 것 같진 않다. 어쩌면 윙키스에 등장했던 남자의 꿈속으로 떠났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나의 꿈 속에 나올지도 모른다. 이도 저도 아니면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돌아가서 오색찬란한 헐리웃의 밤 조명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도시를 향해서, 괴물이 아무에게도 주고싶지 않았던 그 상자를 향해, 다시 영화를 찍으러 갔겠지.
 전자의 이야기가 꿈이든 후자의 이야기가 사실이든 어쩄거나 실렌시오 클럽의 말대로 '모두 녹음된' 것들이다. 영화란 말이다. 영화니까 너무 무서워할 거 없고 아 저 여자는 너무 예쁜데 게이라니 하며 아쉬워할 필요도 없으며, 팩트를 찾아 나설 필요도 없다. 괜히 진실 찾겠다고 기웃기웃 거리다가, 괴물을 마주치곤 심장마비로 죽는 수가 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라는 장소는 현실과 꿈과 판타지가 교차하고 여배우의 꿈을 좀먹는 장소이며 그곳에서, 영화 필름이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클럽의 여자는 "실렌시오(침묵)." 장 뤽 고다르 '경멸'의 마지막 대사를 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