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cinema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Sex Lies And Videotape

Jean Cocteau 2011. 3. 4. 15:05
1989년 스티븐 소더버그 작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사랑이란 메타포 하나만으로도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차피 영화에서 사랑이란 후반부에서나 찾아볼 수 있으니 제목 그대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여기선 사랑의 메타포 보다는 성욕의 메타포, 환상의 메타포만이 존재할 것이다.
특히 잘나가는 변호사인 존은 이 둘 모두를 지녔기에 가장 끔찍한 인물이 되었을 테다. 그는 처제에게서 금욕과 도발적인(도발적이라는 것은 순전히 여러가지 매체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환상일 뿐이다. 누구나 그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신시아도 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존은 다르다, 존은 너무나도 똑똑하고 능수능란한 나머지 인간과 인간간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우습게 여겼고 그 안에서 갈고 닦게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좋았다. 덕분에 가장 끔찍한 인간이 됐다.)성욕의 메타포를 발견했으니 섹스를 했다. 아내 앤에게서 적당히 넓고 깔끔한 집에 어울릴 준수한 외모, 몸매, 학력, 직업, 적당히 보수적인 성격 등등의 환상의 메타포를 보았으니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들이 그렇게 영화적이고 특수한가? 이 영화를 봤으니 적어도 존처럼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지. 이런 얘기는 영화에만 있는게 아니라 일상적이다.
그레이엄 또한 환상의 메타포에 사로잡혀 엘리자벳의 망령에 시달렸다. 그에게 섹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비디오 테이프는 환상의 메타포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진실해지고 진실된 세상을 보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거기까지 8년이 걸렸으니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얘기하듯 아직도 그레이엄은 자신을 찾지 못했으며 존과 마찬가지로 거짓말쟁이일 뿐이다. 그때 엘리자벳과 같은 이미지에 갇혀있는 앤을 발견했고, 그는 엘리자벳의 메타포를 찾아냈다. 사랑에 빠진 것이다. 물론 아직은 레모네이드를 대접할 정도의 사랑일 뿐이니 8년동안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그러한 메타포에 빠졌을 경우는 많았을 것이다. 그는 여태까지 그러했을 것처럼 정숙한 여인의 메타포를 깨지 않기 위해 결코 앤에게 먼저 다가가려 하지 않으며, 다른 여자들에게처럼 앤에게 비디오 테이프를 찍기를 권유하지 않는다. 앤이 비디오테이프를 찍겠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그는 그를 거절한다. 8년이 지났어도 그 수많은 여자들의 비밀을 보고 또 보았음에도 환상의 메타포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숙함의 여신인 앤이 능동적이게 되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지는 순간 비디오 테이프는 단순한 인터뷰의 기록물을 뿐이며 그레이엄은 스스로가 비디오에게 구해왔던 물음이 '진실'이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다. 비디오 안과 밖은 환상이 깨지는 것이 보기 싫었던 어린아이의 위선적인 도피처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환상이 깨지는 순간 서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인간 대 인간의 따뜻한 체온일 뿐이다.
뒤에 엘리자벳은 정숙한 여인이 아닌 남자친구의 친구와 몰래 바람을 피웠던 그냥 그런, 그저 여자였을 뿐임을 깨달았을 때 드디어 환상의 메타포가 깨졌다. 정숙하고, 도발적인 여자는 없다. 그런 이미지만이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