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ARK/literature
수상한 식모들 / 박진규
Jean Cocteau
2010. 7. 27. 08:22
쩨쩨한 보복의 역사
대한민국 역사를 읽기 위해서라면 보복은 이데올로기보다 중요한 코드다. 신라시대의 골품제도부터, 고려시대의 무신정권, 조선시대의 노론과 소론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본질은 항상 '보복'이었다. 그리고 그 보복은 대개 짝퉁 명품만큼이나 천박했다. 그것은 구국의 보복이 아니라 자기 안위를 챙기지 위한 시답잖은 보복에 지나지 않았다. 차라리 죽은 수컷 구렁이를 위해 선비를 공격한 암컷 구렁이의 보복이 더 눈물겨울 정도다.
물론 보복의 이유가 쩨쩨하면 쩨쩨할수록 휘두르는 칼은 거대하고 날카로워지기 마련이었다. 그래야 아무도 비웃거나 손가락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보복의 대상만이 아니라 그 곁을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모조리, 싹쓸이로 세상을 뜬 일도 부지기수였다.
몇몇 소수의 사람들이 폼 나는 보복을 시도했지만, 쩨쩨한 보복의 원자탄이 떨어진 곳에서 쉽게 꽃을 피우지는 못했다.
한편 쩨쩨한 보복과 폼 나는 보복 사이. 정확하게 말하면 중간은 아닐 테고, 어느 지점에선가 수상한 보복이 발아하기 시작했다. 일제시대부터 등장한 그 수상한 보복자들은 기존의 어떤 종류와도 추구하는 바가 달랐다. 그들의 보복은 비장미가 없는 대신 유쾌했고, 폭력적이지는 않았지만 잔인했다. 그리고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녀들의 집단을 우리는 수상한 식모들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