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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classical cinema

청춘낙서, American Graffiti

1973년 조지 루카스 작
일생의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지만 어른이 되느냐 아이로 남느냐는 아이러니한 원칙을 내세우는 세상. 이 밤, 6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되어야 할 텐데, 얼른 그녀를 만나야 할 텐데. 시간은 촉박하고 찾기는 쉽지 않다. 어떤 이는 그녀를 유부녀라 하고 누군가는 30불짜리 창녀라고 말한다. 가까스로 통화에 성공했더니 날 만나고 싶으면 내일 밤에 3번가로 나오란다. 게다가 이름은 비밀이다. 입이 무거운가 보다. 하지만 6시간이 다 지났으니 이미 어른이 되었는데, 어떻게 이곳에 남아 밤까지 기다리겠는가? 그의 밤은 30살은 넘어야 다시 찾아올 텐데. 그는 포기한다. 그리고 어른이 되기로 한다. 내가 되기 싫대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니까. 비행기로 올라타 내다본 그의 낡고 오래되고 지겹고 편안하고 정겨운 마을의 도로로 무언가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 본 지나치게 아름다운 그녀였다. 그녀는 입이 무거워 말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이름이 없었으니까, 어떤 이에게 보이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질 테니까. 그래서 누군가에게 그녀의 이름은 범접할 수 없는 유부녀고, 또는 한낱 유흥거리인 창녀일 뿐이고, 혹은 청춘이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청춘이라 할 수 있었으니 어른이 되는 관문을 잘 넘어선 것이다. 청춘은, 해는 오랫동안 뜨지 않을 거라는 듯 유혹에 빠지도록 언제나 아이러니한 혼란스러운, 너무 어리고 나이 든 이들의 주변을 뱅뱅 돈다. 이 편안한 자리에 앉아 나를 맘껏 즐기라는 듯이. 세상에 나와 처음 마주하는 선택을 두고 너무나 어린 나이 든 이들은 고민한다. 무시할까? 쫓아갈까? 내 일로 돌아갈까? 빵! 고민은 끝났다. 다음 날 밤에 만난 청춘은 백발의 노인으로 변해있다. 너무 늙어서 내 주변을 뱅뱅 돌 기운도 없다. 가만히 집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낄낄대다가 잘 시간이 다 된다. 꺼진 브라운관 속에 청춘이 있다. 백발의 노인이 된, 늙어서 나 자신이 되어버린 과거가 주름살이 되어 깊게 패어 있다. 쇼프로는 끝났다. 어젯밤도 돌아오지 못한다. 그는 그때 생각한다. 그날 비행기를 타고 떠났어야 했음을, 겁내지 말아야 했음을, 너무 오랫동안 고민하지 말아야 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