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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ARK/humanities

인간 속의 악마/장-디디에 뱅상

놀라운 메타포
 전적으로 독단적이고 이성이 지배하는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신호로 의사소통을 하는 인간들을 상상해보자. 이 보편적인 원칙은 원칙을 적용하는 사람들의 상황이나 열정과는 무관하게 어느 곳에서나 적용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회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구문상으로는 정확할지 몰라도 획일적일 것이며, 결국 그런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를 정해진 규칙만을 따르는 로봇들의 사회가 될 것이다. 인류과에 속하는 그 어떤 동물도 자기 스스로 로봇이 되지않는 한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철학적 전통의 관점에서 본 언어란 곧 이성의 산물이다.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언어는 인과관계의 논리에 따라 전개된다. 이러한 이성적인 논리를 형성하기 위한 인과관계는 의도적으로 '여기서, 지금'이라고 하는 시공간적 개념을 배제한다. 이것은 언어가 오직 상대방 즉, 그것을 받아들이는 '민감한' 수용기관을 향한 행위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의미를 지닌 모든 표현은 언제나 기쁨과 고통이라는 감성의 영역 안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소리나 냄새, 맛, 시각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네스토 그라시는 <놀라운 메타포>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미를 통해 표현되는 세상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본질적인 세상이다. 우리가 배우이면서 동시에 관객으로 등장하는 연극무대의 막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의미이다. 인간의 음성은 자체적으로 의미를 지니며 무언가를 표현한다. 그것은 현실을 접했을 때 느끼는 감정에 의해 불현듯 생겨나는 것으로서, 전후 인과관계나 혹은 이유 따위를 생각하지 않고 나타나는 즉각적인 감정의 표시이므로 유추해석할 수 없다."
 이성주의에 완전히 젖어버린 언어학자들은 인간의 최초의 언어는 오직 은유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달리 말하면, 언어는 눈에 보이는 것 즉, 형상에다 하나의 의미를 전이시킴으로써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는 이성에 앞서는 것으로, 인간의 순수한 감성에서 생겨난다. 그래서 이 언어는 '비장하고 감동적이다'. 왜냐하면 언어는 노리적 요소들에 뒤지지 않는, 아니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적 요소들을 표현하고 있고, 이 감정적 요소들이야말로 바로 인간의 근본을 결정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지닌 최초의 감성적 유형인 즐거움과 고통이 동물의 외침소리를 넘어서서 전형적으로 인간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마음속에서 '말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