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쿠엔틴 타란티노 작
미스터 오렌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농담'이다. 가장 시덥잖은 이야기로 신뢰를 얻고, 친구를 만들고, 역할을 창조한다. 이 거대한 영화적 농담 속에서 그는 농담 속의 인물들을 마주하고 이야기한다. 그의 농담 앞에 경찰 다섯 명과 독일산 셰퍼드가 짖고 있다 ―일어나 이 마약쟁이들아 지금 내가 하는 말 알겠어? 이건 영화라고― 미스터 오렌지는 말론 브란도가 돼서 농담을 하고 있는데 카메라는 그를 보면서 나에게 얘기한다 얘 좀 봐, 연기 존나 잘해!
분량 네 장짜리 농담을 외워가며 맡은 바에 충실한 미스터 오렌지는 사실 영화 상에서 가장 많은 살인을 한 인물이다. 뺏은 자동차에 타고 있던 일반인 여자 한 명, 잘린 귀에 대고 농담해대는 브론도 한 명을 직접적으로 죽이고 농담으로 세 명을 한꺼번에 해치운다. 그런데 어어 이런. 미스터 화이트가 마지막 농담엔 웃지를 못한다. 정색. 침묵. 농담 후에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처참하고 징그러운 상황. 이런 좆같은 농담은 누가 만든 거래? 미스터 화이트가 울부짖으며 미스터 오렌지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탕. 탕탕탕탕탕탕탕탕... 총소리가 끊기고 엔딩 크레딧 뜬다. 쿠엔틴 타란티노래 이런 좆같은 농담을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들었어요 내가 만들었어요. 내가 미스터 오렌집니다, 내 이름 색깔을 보세요 오렌지잖아요. 그런데 이 와중에 미스터 핑크는 어디로 갔는가? 웃긴 얼굴로 아무런 농담도 하지 않고, 모든 일을 관전하며, 프로페셔널하고, 아무도 죽이지 않은 핑크는 그의 투정대로 색깔부터가 제목이랑 안어울린다. 저수지의 개들한테 핑크색이 어울릴 리가 없다. 엑스트라만도 못하게 나와도 블루가 어울리지, 핑크라니. 어쨌거나 그는 다이아몬드를 쥐고 떠났다. 나도 엔딩 크레딧이 뜨자 프로페셔널한 관중답게 머그잔에 든 커피를 다 마시고 내려놓았다. 나는 어디로 갔냐면, 여기에서 글을 쓰고 있다. 저수지의 개들이란 다이아몬드를 쥔 채.
이 영화는 너무 재밌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농담 덩어리였으니까 재밌을 수밖에 없다. 바람의 그림자에서 페르민은, 세상은 농담 따먹기 그것도 악의 섞인 농담을 해대며 웃다가 하찮은 일로 죽을 거라고 말했다.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웃었는데 곧 하찮은 일로 죽겠구나. 나는 티비를 보다가 컴퓨터를 하다가 영화관에 가서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농담을 떠올리곤 웃을 것이다. 그리고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잠을 자는 50년 후에 하찮게 죽을 것이다. 누구나처럼, 너처럼. 죽음이 하찮은 것이 아니라 내가 하찮은 인간이기 때문이고, 죽음 앞에서만 평등해질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하찮은 것이다. 지금 내가 한 말은 악의 섞인 농담이었다. 정색. 침묵.
★★★★
미스터 오렌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농담'이다. 가장 시덥잖은 이야기로 신뢰를 얻고, 친구를 만들고, 역할을 창조한다. 이 거대한 영화적 농담 속에서 그는 농담 속의 인물들을 마주하고 이야기한다. 그의 농담 앞에 경찰 다섯 명과 독일산 셰퍼드가 짖고 있다 ―일어나 이 마약쟁이들아 지금 내가 하는 말 알겠어? 이건 영화라고― 미스터 오렌지는 말론 브란도가 돼서 농담을 하고 있는데 카메라는 그를 보면서 나에게 얘기한다 얘 좀 봐, 연기 존나 잘해!
분량 네 장짜리 농담을 외워가며 맡은 바에 충실한 미스터 오렌지는 사실 영화 상에서 가장 많은 살인을 한 인물이다. 뺏은 자동차에 타고 있던 일반인 여자 한 명, 잘린 귀에 대고 농담해대는 브론도 한 명을 직접적으로 죽이고 농담으로 세 명을 한꺼번에 해치운다. 그런데 어어 이런. 미스터 화이트가 마지막 농담엔 웃지를 못한다. 정색. 침묵. 농담 후에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처참하고 징그러운 상황. 이런 좆같은 농담은 누가 만든 거래? 미스터 화이트가 울부짖으며 미스터 오렌지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탕. 탕탕탕탕탕탕탕탕... 총소리가 끊기고 엔딩 크레딧 뜬다. 쿠엔틴 타란티노래 이런 좆같은 농담을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들었어요 내가 만들었어요. 내가 미스터 오렌집니다, 내 이름 색깔을 보세요 오렌지잖아요. 그런데 이 와중에 미스터 핑크는 어디로 갔는가? 웃긴 얼굴로 아무런 농담도 하지 않고, 모든 일을 관전하며, 프로페셔널하고, 아무도 죽이지 않은 핑크는 그의 투정대로 색깔부터가 제목이랑 안어울린다. 저수지의 개들한테 핑크색이 어울릴 리가 없다. 엑스트라만도 못하게 나와도 블루가 어울리지, 핑크라니. 어쨌거나 그는 다이아몬드를 쥐고 떠났다. 나도 엔딩 크레딧이 뜨자 프로페셔널한 관중답게 머그잔에 든 커피를 다 마시고 내려놓았다. 나는 어디로 갔냐면, 여기에서 글을 쓰고 있다. 저수지의 개들이란 다이아몬드를 쥔 채.
이 영화는 너무 재밌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농담 덩어리였으니까 재밌을 수밖에 없다. 바람의 그림자에서 페르민은, 세상은 농담 따먹기 그것도 악의 섞인 농담을 해대며 웃다가 하찮은 일로 죽을 거라고 말했다.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웃었는데 곧 하찮은 일로 죽겠구나. 나는 티비를 보다가 컴퓨터를 하다가 영화관에 가서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농담을 떠올리곤 웃을 것이다. 그리고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잠을 자는 50년 후에 하찮게 죽을 것이다. 누구나처럼, 너처럼. 죽음이 하찮은 것이 아니라 내가 하찮은 인간이기 때문이고, 죽음 앞에서만 평등해질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하찮은 것이다. 지금 내가 한 말은 악의 섞인 농담이었다. 정색. 침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