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의 혼령처럼 여자의 머리를 감도는 그 반복의 구절만큼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게 또 어디 있을까? '나를 피해 도망간 건가요?' 라고 묻는 줄리비에의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여자를 미치게 만드는 그 구절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여자를 미치게 하면서 동시에 가장 행복했던 때를 기억하게 하는, 때문에 홀로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드는 음절, 그 믿음에 대한 기억의 속박에 웅크리고 싶었을 것이다.
남편의 음악은 온전히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 그것은 물론 사실이다. 그 음악은 오로지 그녀의 것이다. 여기에 있다. 여자가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었던 것은 음악과 남편을 동일시했다는 것이다. 온갖 서류와 물건들을 불태워버린다 해도 그 모든 것이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는 것은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그의 비밀, 습관, 일상, 행복의 자유는 오로지 그녀만의 것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도 '감히' 그 음악에 손을 대서는 안되었다. 그녀는 그것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없었기에 그와 나눴던 사랑의 자유를 가지고 숨어버린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홀로 남았다는 것에 대한 괴로움과 자괴감이 밀려온다, 남편-나의 자유가 사라지고 오롯이 남은 남편의 음악이 그녀의 자유를 가둬버린 것이다. 그녀는 재산과 집과 주변 사람들을 모두 버려 극단에 달한 외적인 자유를 얻었지만 음악-나의 기억 속에 갇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남편의 애인이 나타나면서 오로지 자신의 것이라 믿었던 (이제는 속박이 된)자유가 산산조각난다. 이제서야 여자는 음악을 남편으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의 예술로 바라보게 된다. 여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남자의 끝맺지 못한 유작을 완성시키고자 한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거나 이 역작을 함께 이어나가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철저히 타인이었기에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은 작곡가의 음악을 예술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가 부인 몰래 애인을 만들고 몇년 간 거짓말을 했다거나 젊은 나이에 어린 딸과 함께 죽어버린 것, 여기서 홀로 살아남은 여자의 망가진 모습 모두 현대가 바라는 '천재 예술가'의 전설을 만들어줄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다. 전설 덕분에 그의 음악은 더더욱 아름다웠고 불멸의 것이 된다. 여자는 죄책감에 벗어나 이 장난 같은 현대의 자유를 마주하게 된다. 잔인한 것 같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어디서 많이 본 이미지같기도 하고, 익숙하지만 매혹적인 현대의 자유. 이제서야 여자는 운다. 그것은 사랑의 성스러움이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일 뿐이다. 그것은 그녀의 것이 아니라 만인의 것이 되었다. 믿음의 배반으로써 얻어지는 자유의 무자비함이 차갑게 출렁인다. 자유는 희망이 아니다. 자유는 모든 것을 비워낸 그 자체다.
이제서야 반복되는 구절이 끝나고 음악은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
남편의 음악은 온전히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 그것은 물론 사실이다. 그 음악은 오로지 그녀의 것이다. 여기에 있다. 여자가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었던 것은 음악과 남편을 동일시했다는 것이다. 온갖 서류와 물건들을 불태워버린다 해도 그 모든 것이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는 것은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그의 비밀, 습관, 일상, 행복의 자유는 오로지 그녀만의 것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도 '감히' 그 음악에 손을 대서는 안되었다. 그녀는 그것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없었기에 그와 나눴던 사랑의 자유를 가지고 숨어버린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홀로 남았다는 것에 대한 괴로움과 자괴감이 밀려온다, 남편-나의 자유가 사라지고 오롯이 남은 남편의 음악이 그녀의 자유를 가둬버린 것이다. 그녀는 재산과 집과 주변 사람들을 모두 버려 극단에 달한 외적인 자유를 얻었지만 음악-나의 기억 속에 갇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남편의 애인이 나타나면서 오로지 자신의 것이라 믿었던 (이제는 속박이 된)자유가 산산조각난다. 이제서야 여자는 음악을 남편으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의 예술로 바라보게 된다. 여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남자의 끝맺지 못한 유작을 완성시키고자 한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거나 이 역작을 함께 이어나가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철저히 타인이었기에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은 작곡가의 음악을 예술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가 부인 몰래 애인을 만들고 몇년 간 거짓말을 했다거나 젊은 나이에 어린 딸과 함께 죽어버린 것, 여기서 홀로 살아남은 여자의 망가진 모습 모두 현대가 바라는 '천재 예술가'의 전설을 만들어줄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다. 전설 덕분에 그의 음악은 더더욱 아름다웠고 불멸의 것이 된다. 여자는 죄책감에 벗어나 이 장난 같은 현대의 자유를 마주하게 된다. 잔인한 것 같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어디서 많이 본 이미지같기도 하고, 익숙하지만 매혹적인 현대의 자유. 이제서야 여자는 운다. 그것은 사랑의 성스러움이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일 뿐이다. 그것은 그녀의 것이 아니라 만인의 것이 되었다. 믿음의 배반으로써 얻어지는 자유의 무자비함이 차갑게 출렁인다. 자유는 희망이 아니다. 자유는 모든 것을 비워낸 그 자체다.
이제서야 반복되는 구절이 끝나고 음악은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