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미언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신뢰감을 좀먹는 캠페인도 있었습니다. 사회보장기금이 파산해서,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은퇴할 연령에 이르면 한 푼도 남지 않을 거라고 위협하면서 말입니다.
촘스키 사회보장기금을 둘러싼 숱한 소문들은 대부분 거짓말입니다. 사회보장제도를 민영화시키자고요? 제도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운영하든 민영화하든 사회보장기금이 주식시장에 투자되는 것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자산관리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함께 할 때 기대되는 연대감이 훼손되고, 서로에 대한 책임의식도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사회보장기구는 “우리 모두가 삶의 최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라고 말합니다. 이런 주장이 부자들에게는 탐탁치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 머릿속에 나쁜 생각, 즉 우리는 함께 일하면서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며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요. 일반 국민이 모래알처럼 행동해서 권력자가 승리하는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니까요.
부자들의 목표는 사회의 기본 단위가 당신과 텔레비전인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옆집 아이가 굶주려도 당신이 관여할 문제가 아닙니다. 옆집의 노부부가 잘못 투자해서 굶어 죽어가더라도 당신이 참견할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이런 목표가 사회보장제도를 비난하는 프로파간다에 숨어 있습니다. 다른 쟁점들은 그저 기술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커다란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세법을 약간만 개선한다면 사회보장제도는 불확실한 미래에서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사람의 손해는 모두의 손해라는 생각 대신에, 한 사람의 손해는 그 사람의 손해일 뿐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궁극적 이상일 수 있습니다. 단, 부자는 예외입니다. 기업 이사회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기업 이사회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은행, 투자자, 기업은 서로 연대해서 일할 수 있습니다. 강력한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면 더더욱 좋습니다. 적극 권장해야 할 방향입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 도우면 안 됩니다!
아이티; 미국의 음모에 무너진 민주주의
촘스키 (...)게다가 아리스티드는 마약 불법거래를 근절시켰습니다. 미국으로 몰려가던 난민의 물결이 멈추었습니다. 잔혹행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민중의 참여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모순과 갈등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갈등들이 그가 하려는 일에 발목을 잡았습니다.
어쨌든 이런 조치들로 미국은 아리스티드를 달갑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민주주의 강화 프로그램’을 앞세워 아리스티드의 축출을 시도했습니다. 그전까지 마음에 드는 독재자들이 정권을 잡았던 까닭에 아이티에서 권력의 집중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도 않았던 미국은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 큰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아리스티드를 축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991년 9월 30일 마침내 쿠데타가 일어나 아리스티드는 망명의 길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음모에 협조한 수많은 가짜 인권단체들과 노동단체들이 하루아침에 지배계급으로 변신했습니다.
(...)야구공도 아이티에서 만들어집니다. 미국이 소유한 공장에서 아이티 여인들은 할당량을 채울 때에야 시간당 10센트를 받습니다. 하지만 할당량을 채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이티 여인들은 실제로 시간당 10센트의 저임금으로 학대받고 있습니다.
아이티에서 제작된 소프트볼 공은 미국에서 뛰어난 제품인 것으로 광고가 됩니다. 공의 탄력을 높이고 밀착시키기 위해 특수한 화학약품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광고에서는 그런 사실을 조금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아이티 여인들이 소프트볼 공을 손으로 집어 직접 담궈야 하는 화학약품에는 독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 일을 오랫동안 해낼 수 없습니다.
바사미안 망명해 있는 동안 아리스티드는 군사정부에 협조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습니다.
촘스키 우익의 기업계에 협조하는 요구도 받았습니다.
바사미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희생자, 즉 학대받은 사람이 가해자에게 어떻게 협조할 수 있을까요?
촘스키 그다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아리스티드 정부는 지지기반이 약했습니다. 미국은 아리스티드에게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서 정부의 문호를 활짝 개방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했습니다. 달리 말해, 그를 지지해준 국민의 3분의 2를 버리고 ‘온건한’ 기업계 인사들, 즉 지역 지주들, 섬유공장이나 소프트볼 공을 제조하는 기업인들, 그리고 미국의 농산물 사업자들과 연결된 업자들과 결탁하라는 요구였습니다. 미국식으로 해석하면, 그런 부자들이 권력을 잡지 못한 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