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소녀는 여느 때처럼 연못가에서 물고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풍선이 꺼지고 뱃속에 가득 들어 있던 것을 변기에 쏟아내던 순간부터 소녀는 마치 자기 자신의 몸이 텅 비어버린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텅 비어버린 것은 육체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는 밤이면 검정 비닐 봉지가 강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꿈을 꾸다 벌떡 일어나곤 했다. 그럴 때면 온몸이 식은 땀에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아가미까지 붉은 잉어들 사이에서 금빛 잉어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소녀는 미동도 하지 않는 금빛 잉어를 노려보았으나 역시 죽은 듯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불길한 생각이 소녀의 머리를 스쳤다. 소녀는 어느새 맨발로 연못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연못은 제법 깊었다. 연못의 물이 소녀의 발목을 적시고 무릎을 적시고 허벅지를 적셨다. 소녀는 걸치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어던졌다. 텅 빈 몸속으로 차가운 물이 조금씩 밀려 들어오는 듯했다.
불현듯 소녀의 살갗이 가려웠다. 물에 잠긴 발등과 발목이, 장딴지와 허벅지가 가려웠다. 소녀는 고개를 떨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물에 잠긴 살갗이 반질거리며 흔들리는가 싶더니 소름처럼 뭔가가 돋고 있었다. 그것은 비늘이었다. 소녀의 살갗에 비늘이, 금빛 비늘이 돋아났다. 소녀는 이제 희미하게 기억될 뿐인 먼 옛날, 말을 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구별마저도 없던 그 아득한 나날,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던 한 마리 물고기가 되기 위해 인류의 계통 발생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만리장성 간판 너머로 아스라이 사위어가는 햇빛이, 하루에 단 한 순간 비쳐들 들어오는 햇빛만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