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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ARK/literature

6호 병동 / 안똔 빠블로비치 체호프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훌륭한 교육을 받게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60년대 사상의 영향을 받아 날 의사로 만드셨죠. 그때 내가 만일 아버지의 뜻을 어겼다면, 지금쯤 지적 흐름의 중심에 있었을겁니다. 어쩌면 대학교수가 되었을지도 모르죠. 물론 지성도 영원할 수 없고 덧없지만, 어째서 내가 지성에 끌리는지 당신도 아실 겁니다. 인생은 지긋지긋한 덫입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 성숙하게 인식할 수 있게되면, 자신이 출구 없는 덫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저절로 느끼게 딥니다. 사실, 그는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우연에 의해서 무에서 이 세상으로 불려 나온 것입니다……. 왜? 그는 자기 존재의 의의와 목적을 알고 싶어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말해 주지 않고 혹시 말해 준다 하더라도 전혀 무의미할 따름입니다. 그가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고, 죽음만 찾아옵니다. 그것도 역시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이렇게 감옥과 같은 곳에서 똑같은 불행으로 엮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산다면 좀 나은 것처럼, 인생에 있어서도 분석과 종합을 즐기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자유롭고 고매한 사상들을 교환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덫에 걸린 것을 신경 쓰지 않게 될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