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거지?
그녀는 고양이에게 미안하다고 반복하여 사과한다. 바닥을 기어다니며 미안이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운다. 하지만 고양이는 이미 끝이 났다. 급기야 고양이의 목을 조르다 말고 통곡한다. 다시 한번 고양이를 높이 들었다가 손을 놓는다. 그것은 코트의 단추가 떨어지듯이 함없이 바닥에 부딪힌다.
"너에게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겠어 하지만/ 너는 모르지 너는 죽었으니까."
수정을 빛을 잃은 고양이의 눈에 눈을 맞추고 애원한다. 고양이는 계속해서 낮게 그르렁거리며 뒷발을 버둥거린다. 야윈 꼬리는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으며 잿빛 털은 빛을 잃었다. 입에서 신음소리가 가늘고 길게 새어나오더니 열린 입 사이로 끈적끈적한 흰색 액체를 토해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굉장히 지독한 냄새를 풍긴다. 수정은 바닥을 두드리며 흐느낀다. 반복하여 미안한다고 사과하며 고양이의 목을 조르다가 손가락에 흰색 액체가 묻자 수정은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딸기향이 나는 핸드워시로 꼼꼼히 손을 씻고 핸드타월로 물기를 닦아낸다.
수정이 다시 고양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양이가 목을 약간 들어올리고 수정을 본다. 수정도 고양이를 바라본다. 올리브 색으로 신비롭게 빛나던 아름다운 눈동자는 더이상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 수정은 흐린 눈을 닦아낸 다음 휴대폰을 든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동영상에 고양이의 낮은 신음소리를 담아 그것을 반복하여 재생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고양이는 조금씩 서서히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서서히였다. 수정은 답답함과 지루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잠을 자야 한다. 학교에 가야 한다. 수정은 담배를 피우며 최선의 방법을 떠올린다. 그것은 최선이며 따라서 더없이 비겁한 방법이었다. 수정은 담배를 비벼끄고 방향제를 뿌린 다음 신발장에서 크고 튼튼한 비닐봉지를 두 장 꺼내어 그 안에 고양이를 담아 단단하게 묶는다. 고양이는 축 늘어져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낮은 신음소리와 작은 뒤틀림이 비닐봉지의 사각거림과 섞인다.
"안녕/ 잘 가/ 미안."
수정은 딱 세 마디를 던진 채 창을 열고 비닐봉지를 던진다. 그리고 그것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재빨리 창을 닫고 귀를 막고 침대 위로 웅크린다.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다. 잠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