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세기 후반이 되었을 때 건국이념은 더욱 가혹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제임스 매디슨이 인간의 권리를 언급했을 때, 그가 뜻했던 것은 인격체로서의 인간(person)이었다. 그러나 산업경제의 성장과 경제계에 법인체의 등장은 인권이라는 낱말에 전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현재의 공식문서에서 인격체는 인간, 조합, 협회, 재산, 합명회사, 신탁회사, 주식회사, 그 밖의 조직체, 심지어 정부 단위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매디슨을 비롯해서 계몽주의와 고전자유주의를 신봉했던 지식인이 알았다면, 엄청난 충격이었을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런 급진적 변화는 입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 사법부의 판결과 지식인의 논평으로 시작되었다. 과거에는 어떤 권리도 없는 인위적 객체로 생각되었던 주식회사가 인간과 똑같은 권리를 부여받게 되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들은 죽지 않는 인격체였고, 막대한 부와 권력을 지닌 인격체가 되었다. 게다가 그들은 국시에 제약을 받지 않았고, 커다란 제약 없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었다.
보수적인 법학자는 이런 개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런 개혁이 '권리는 인간 고유의 것'이라는 전통적 믿음을 위협하고, 시장원리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개혁을 담은 새로운 법은 제도화되었다. 한편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노예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노동임금의 합법화는 19세기적 사고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태동하던 노동운동계만이 아니라 공화당의 아브라함 링컨, 그리고 언론계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변화에 담긴 엄청난 의미를 알아야 시장민주주의의 본질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그런 변화에 담긴 의미를 살펴볼 수는 없다. 그러나 변화에 따른 실질적인 결과를 비교해보면, 외국의 민주주의도 미국에서 추구했던 모델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국민의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기보다는 방관자의 역할에 묶어두는 상의하달식의 지배라는 미국식 모델이었다. 현대 민주주의론의 주류에 따르면, 무지하고 떠들썩한 국외자를 배제하는 모델인 셈이다. 그러나 집산주의적 합법체(collectivist legal entities)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아직도 전반적인 개념은 과거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변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