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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ARK/humanities

희망의 인문학/얼 쇼리스

현대 사회의 게임에서 패배한 가난한 사람들은 무력의 포위망 안에갇히게 된다. 포위망 안에서 그들은 아노미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포위망 안에서 공포는 끊이지 않고,가난한 사람들의 자유는 그 포위망 안에서 무자비하게 봉쇄된다. 다시 말해서, 포위망안에서는 일관성도 없고, 아무런 이성도 없으며,안정성이나 규칙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무력만이 존재할 뿐이다.

포위망 안에서 무력과 맞닥뜨린 사람은 그것을 거울처럼 반사시킨다. 즉, 무력의 대상은 거울 속에 맺힌 이미지처럼 빛의 속도로 즉각적인 대응을 한다.그래서 이러한 대응은 사실상 끝이 날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거울을 마주하고 있는 한거울에 맺힌 이미지는 무한대로 반사가 된다.

포위망 안의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가해지는 무력을 효과적으로 반사할 수 없을 때 그 무력을 자신에게 향하도록 한다. 자기 자신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분노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뒤르켕의 아노미에 따른 자살, 머튼의 혁신적 행위(절도)나 퇴행(마약), 그리고 사르트르가 주장한 식민지 민중들의 황폐화가 그런 사례이다. 최근 '자가 투약'이라고도 묘사되는 마약 중독은 완전한 자살 행위에 가장 근접한 것이다. 마약 중독은 대개 두 가지 현상을 동반한다.

첫째는 마약을 투여한 뒤에 발생하는, 의식을 지닌 이성적 개인의 죽음이고, 둘째는 마약을 사용하는 문화에 젖어드는 것으로, 과다 투약, 질병, 폭력적인 대치, 또는 사업적 거래라기보다는 계약 노예상태에 더 가까운 판매자-소비자 관계 등을 초래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미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적대자들에 대항해 형세를 역전시킨다는 것이거의 불가능하므로, 무력에 대응해 무력으로 마받아칠 수밖에 없는데,이대 가난한 사람들이 택하는 무력들 중에서 중추적인 것이 바로 자살이다. 자살은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하는데,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 빈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범죄행위, 사회생활에서 고립되어 노예 상태로 위축되기, 폭력조직 가담, 사교 숭배, 성욕 과잉, 폭력 또는 우울증 등으로 나타난다.